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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토리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전합니다.

  • 2021

    07.02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부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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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부부’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 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벽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 보는 사이이다

    서로를 묶는 것이 거미줄인지
    쇠사슬이지는 알지 못하지만
    부부란 서로 묶여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오도 가도 못한 채
    죄 없는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문정희 시인, ‘부부’-

    오늘은 배우자에게 따뜻한 시 한편을 선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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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결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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