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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가족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때수건과 바나나우유

    By 이근희

    매주 일요일 새벽. 달빛을 업고 삼부자가 길을 나선다. 모두가 옷을 벗어도 공작새처럼 당당한, 바로 이 동네 목욕탕에 오기 위해서이다. 탈의실에서 체중계에 올라가 보고 좌절하고는 터덜터덜 탕에 들어간다. 물인지 용암인지 헷갈리는 탕에서 시간을 보낸 우리 삼부자는 수육이 될 뻔한 몸을 이끌고 플라스틱 좌석에 앉는다. 그리고 녹색 수세미 같은 장갑을 낀다. 아빠는 때밀이, 형은 때 타월, 나는 때수건이라고 부르는 이 유용한 도구로 우린 서로의 등에 붉은 지도를 만들어준다. 평소에 가진 미안함과 말하지 못했던 것을 이 녹색 매체에 맡겨 전달한다. 서운했던 감정들과 꽁해있던 것들도 이 시간에 맡겨 모두 벗겨버린다. 올챙이 같은 때들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을 삼부자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아빠의 손이 자꾸 눈에 선했다. 세월에 닳아 거친 민무늬토기가 된 그의 손이 난 그렇게 뭉클하게 느껴진다. 목욕 후 늘어진 팔로 삼부자는 달콤한 바나나우유를 마시며 고진감래였던 새벽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