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가족의 형태, 흔하지 않은 나의 가족 이야기.
어머니께서는 어느날 색이 바래있던 연노랑 공책 하나와 모나미 볼펜을 꺼내어 오셨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거나 바라는 것이 있으면 여기에 써 두는 거야!”
하셨습니다. 저는 매일 가족 일기장을 썼지만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요. ‘엄마가 집에 없을 때 공부가 잘 되는 것 같아.’라고 써둔 제 말을 어머니가 오해하시고는
“그럼 엄마가 죽어야겠네!”
라고 하셨습니다.
낡은 그 공책이 문득 생각이 날 때면 마음이 쓰려 목구멍이 탁 막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가족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셨던 어머니의 고민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족 일기장이 저에게 좋은 기억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한 가정이 단단해 지는 과정에서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면 큰 교훈을 남겨주는 해프닝 이었다고 생각이듭니다. 그로 인해 저는 내 말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될 수 있음을 알고 상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평탄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 노력을 하며 애써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과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해, 엄마,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