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나누기 > 소재응모
특별한 가족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외할머니의 스웨터
By 김석원
살아가면서 많은 선물을 받아보았지만, 그 중 최고의 선물을 꼽으라면 나는 어릴 적 외할머니가 직접 짜주신 스웨터라고 주저없이 답할 것이다. 어린 시절 거의 해마다 선물해 주셨는데 솔직히 나는 그 스웨터들이 너무나도 싫었다. 어린 나이지만 예쁜 새옷을 입고 싶었는데 가랑없는 어린 아이의 시각에서 단색의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도 없는 스웨터는 너무 촌스럽게 보였다. 더군다나 겨울에 이 옷을 벗을 때면 정전기가 일어나서 빠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쭈뼛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특히나 장남인 내가 동생들보다 더 많이 이 옷을 선물 받았고, 어머님이 자주 이 옷을 입혀주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하였다. 집이 가난해서 옷을 짜 입는데요.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당시에는 정말 마음의 상처가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부끄럽고, 내가 왜 그랬을까 싶다. 당연한 일이지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나는 누가 직접 짜준 스웨터는 고사하고, 장갑 한 짝도 받은 적이 없다. 요즘은 이런 스웨터를 보기도 힘들다. 누군가가 직접 짠 스웨터를 보기 어려운 만큼 외할머니의 사랑도 점점 내 기억에서 멀어지지나 않았을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