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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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벚꽃나무 군락 속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작은 부케를 든 여자와
멀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서로를 가장 밝혀 줄 수 있는 마음과 자세로
소멸하는 벚꽃 아래에서 불멸한 사랑을 기약한다.
그러나 사랑 또한 벚꽃처럼 언젠가 흩날릴 운명을 피할 수 없는 법.
벚꽃처럼 짧고 덧없기에 더욱 아름답고 소중한 것.
불어오는 봄밤의 찬바람에 벚꽃은 온데간데 사라지겠지만,
야간 조명에 비친 벚꽃보다 더 찬란히 빛나던
그들의 눈빛과 미소는 오래도록 기억되리라.
손에 들고 있던 등불마저 제 명을 다해 희미해져 가지만,
저편에서 어른거리는 또 다른 밝은 등불들이 이 곳을 이어 밝히기 마련이었다.
벚꽃잎이 내리던 도시의 그 밤,
서로 이어진 손끝에서 발한 빛들의 파도가 일렁였다.
비록 삶과의 짧은 만남이라 해도 아쉬움과 슬픔보다는
따스함과 기쁨으로 가득 찬 순간으로,
서로가 만나 새 끼손가락을 걸어 하나가 되는 축제로.
- simon 저, <봄도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