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토리]인생의 고래를 만났습니다

2024-04-18

행복한 세상을 실현하는 NGO. 행복한가



우리는 언제나 다른 고래와 마주칠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우리가 대청소를 끝낸 바로 그 순간 새로운 고래가 나타났다면, 또다시 그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고래잡이의 생활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인생 또한 마찬가지이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말이지요.

이번에  저도  제법 큰 고래를 만났습니다.

 

둘째 아들 호가 많이 아팠습니다. 원인미상의 고열과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서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지만 검사결과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고3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 여기고 집에 와서 수액을 맞추고 휴식을 취하며 좋아지길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증세는 점차 심각해져서 응급실 다녀온 이후 주말을 끼고 더 이상 일어나지도 앉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누워 있는 아이에게 죽을 떠먹이며 간병을 한 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급하게 신경과를 예약해서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휠체어에 태워서 간신히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이를 본 의사는 첫마디로 "뇌수막염이 의심됩니다."라고 하더군요.

 

응급실에서 미처 원인을 못 찾았던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사정하며 도로 응급실로 보냈습니다. 이어진 뇌 ct, 고통스러운 척수검사, 한밤중의 MRI 검사를 받느라  그야말로 아이는 초주검이 되었습니다.

 

밤을 꼴딱 새우며 새벽 2시까지 이어진 검사에 아이도 저도 지친 채, 마주한 병명은 뇌수막염. 그런데 골치 아프게도 뇌의 막뿐이 아니라 뇌 속에까지 염증이 침투했고 폐 외 결핵균도 같이 나와서 독한 항생제 치료가 이어졌습니다.

 

독한 항생제로 인해 온몸이 새까매지는 부작용을 겪고, 아이의 간수치가 올라가서 또 간약을 처방받고....

 

주삿바늘 자국이 온 팔에 낭자하고, 링거를 주렁주렁 단 채로 아이는 병원 침대에서 고통으로 몸을 떨었습니다.  뇌질환은 24시간 간병인이 함께 해야 해서 2주 동안 아이와 함께 병원생활을 했습니다.

 

뇌의 염증으로 인해 조그만 소음에도 못 견디고 잠을 설치는 아이는 2인실로 옮겨서도 신경안정제를 먹고야 잠이  들었고, 매일 이어지는 각종 검사에 처방에 서서히 지쳐 갔습니다.

 

새 학기가 되어서도 학교를 가지 못하고 우리는 병원에서 개학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큰아이는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서 외할머니 집으로 옮기고, 막내는 친할머니 집으로 들어가서 학교를 다니고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네요.

 

글도 쓰고 싶고, 일상을 감당해야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조금도 없어 통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도 , 아이 앞에서 씩씩한 척하느라 엄마는 늘 웃어줘야 했거든요.

 

그간 아이들을 깨워서 아침에 학교에 보내고,

늘 익숙한 내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정해진 시간마다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저녁이면 집으로 모여든 가족들 과 하룻 동안 일어난 일들을  나누는  등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눈물겹게 떠올렸습니다.

 

병상 곁 간이침대에 누워서 집으로 돌아가 그 평범한 일상을 누릴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지난 주말에야 퇴원을 해서 집으로 왔지만 여전히 아이는 아파서 학교를 다니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집에서 식사하고, 잠을 청하고, 함께 모일 수 있음이 그저 감사한 하루하루입니다.

 

우리가 병원에서 나온 이후 성큼 다가온 봄을 느낍니다.

모쪼록  평범한 일상의 축복을 마음껏 누리는 행복한 봄날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래와 맞서 싸우느라 힘겨운 시간이었고 아직도 싸움의 잔재는  남아 있지만 , 늘 그렇듯이 인생은 역시 살만하고 우리는 여전히 은혜 가운데 거함을 느낍니다.


 

by. 그대로 동행 https://brunch.co.kr/@inkyung9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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