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토리]월급이 왜 이거밖에 안 오르는 거야!!

2024-06-21

행복한 세상을 실현하는 NGO. 행복한가




월급은 올라도 오른 게 아니다


월급이 매년 조금씩 오른다. 근데 이상하다. 잔액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 씀씀이를 줄인다. 그래도 생활이 팍팍하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일까?

 

회사가 인건비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HR에서 인건비를 다루는 것은 업무 전체 중 일부다. 그러나 현실은 인건비에 올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유는 HR이 인정받고 영전하려면 인건비 밖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들은 항상 팍팍하다.



직원 한 명에 들어가는 돈은 실제 부대 비용을 다 포함해 직원 연봉의 대략 1.8배 정도다. 그래서 연봉이 5천만 원이라면, 경영진은 "1억 드네!"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니 인건비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인건비 절감은 채용에서 30% 정도 줄일 수 있다. 나머지는 근무 중인 재직자들에게 깎아야 한다. 추가 비용을 막거나 인상률을 억제하는 것이다. 월급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와 돈의 가치를 생각하면 사실상 깎인 셈이다. 대표적인 인상률 억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인사고과 조절

급여 상승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자본주의라는 이상한 설계는 실물로도 없는 돈을 마구 복사해 낸다. 미래 가치를 현재로 땡겨와서 숫자를 찍어준다. 빚을 먼저 지게 한다. 없는 돈이 시장에 마구 풀린다. 그 덕분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물가는 점차 상승한다. 돈 가치는 계속 휴지조각이 되어 간다. 신용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인플레이션도 가속화된다. 따라서 최저임금도 계속 올려줄 수밖에 없다.

 

급여 역시 마찬가지다. 급여에는 베이스업이라는 개념이 있다. 물가 상승률만큼 기본 인상을 시켜주는 것이다. 근데 너도 나도 똑같이 올려주니 이건 당연한 게 된다. 자본주의의 임팩트는 격차에서 나온다. 그래서 평가제를 한다. 성과 평가제를 도입하고 연봉 협상이라는 절차를 만든다. 여기에 꼼수가 숨어있다. 평가제를 하면서 베이스업을 쓰윽 빼 버린다.



인사 고과 때는 자꾸 흠을 잡는다.



물가 상승률은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4~5% 정도 오른다. 회사는 이를 말하지 않고 평가제에 따른 연봉 협상으로 퉁친다. 치밀하게 설계한다. S = 8%, A = 5%, B = 3%, C = -5% 이런 형태로 인상률을 정한다. 기본적으로 상대평가를 많이 사용한다. 피 튀기는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비율 할당제를 한다. A 이상 = 10%, B = 80%, C = 10%. 이렇게 총원 대비 비중을 미리 할당한다.

 

할당제를 하는 이유에 대해 HR은 인사 연구 결과, 파레토 법칙 이런 것들을 들이민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은 급여 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고과자가 되는 팀장들은 고민이 생긴다. C 줄 사람은 고민할 필요 없다. 싫은 사람 하나 찝어서 주면 된다. 특히 우수 캐릭터를 많이 데리고 있는 팀장은 고민이 많아진다. 좋은 고과는 한 두 명 밖에 못주니까. 게임의 보상 설정은 그렇다. 그렇게 내분을 조장한다. 팀장은 고과를 주면 욕을 먹게 되어 있다. 가장 멍청한 팀장은 C 주고 욕먹는 게 두려워 전원에게 B를 때리는 이퀄리티 팀장이다.

 


낮은 고과에 대해 항의해봐야 소용없다.



그럼 실제 인상이 얼마나 되는지 예를 보자.

(주)초맹 성과 보상 제도 : 연봉 인상률
S= 8%, A= 5%, B= 3%, C= 0%, D= -5%

총 100명 중 80명이 B를 받고, A를 10명 받고, C를 10명 받는다. 그러면 성과에 따른 전체 급여상승은 약 3%가 된다. 베이스업만 해 줘도 5% 상승인데, 100명에게 2%를 줄여낸 것이다.


그럼 직원들은 바보인가? 아니다. 대부분이 B를 받고 3% 인상이 되니 눈높이가 하향평준화 된다. "물가가 5%나 올랐네?"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를 하기 때문이다. 남들도 3% 인상이니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돈은 액수로 봐야 하는 게 아니다. 현재 가치로 봐야 하는 것이다. 화폐는 교환을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곧 돈의 가치다. 작년 100만 원이 올해 105만 원이라는 뜻이다. 은행도 이를 고려해 이자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은 고과 A를 받아야 본전 치기인 셈이다. 회사는 최대 효과를 살리기 위해 S 받는 사람도 몇 명씩은 나오도록 한다. 홍보용이다. 그래봐야 전체 인상분은 3.1% 정도 된다. 결국 덜 준다. 그래서 "월급 빼고 다 오르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2~3년 지나면 물가와 급여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직원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때가 돼서야, HR은 마이크를 잡고 선심 쓰듯 말한다.

"회사가 매우 어려운 결정을 했습니다. 이번에 특별 기본인상을 실시해서 2% 더 올려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반긴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매년 2% 손해가 3년 누적되어 이미 최소 6% 이상 손해를 봤다. 2% 기본 인상 해 봐야 결국 이는 6% 손해를 4% 손해로 바꿔주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환호한다.

 

손해인데도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수년간 하향평준화 프레임으로 눈높이를 낮춰 놓은 것이다. 회사는 당연히 이득이다. 이렇게 또 3년 버티고 똑같이 되풀이한다. 그다음부터는 루틴이 된다.



요것들이 인사 고과 시즌만 되면 죄다 열심히네. 누굴 잘 준담?



이 상대평가에는 여러 맹점이 있다. 우수 자원들로 꾸려진 팀은 말 그대로 피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절대평가를 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전원 다 A를 받아버리면 급여상승이 엄청날 텐데? 그만큼 더 벌 자신이 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착한 회사라서 그럴까? 둘 다 아니다. 직원들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꼼수다. 절대평가를 시행하게 되면 이론 상 전원 다 A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HR을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고과자를 교육시키며 계속 주입한다. 여러 조직 이론을 들먹인다. 모두 잘하는 팀은 나올 수 없다고 밑밥 깔고 시작한다. 여기서 고과자는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 전원 A를 주면 찍히는 것이다. HR은 필요한 근거 자료, 인적자원 논문 등을 제시한다. 공정한 고과는 이 정도 비율이 되더라.. 라며 암묵적 가이드를 던진다. 이후 각 부서에서 매기는 고과를 체크해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고과자를 압박한다.

 

결국 고과자는 평가결과를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HR은 이를 상대평가일 때와 맞춰보고 절대평가로 바꿔도 고성과자가 얼마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다. 확인한다기보다는 미리 설정하고 그 설정 값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절대평가를 하며 직원들에게는 "우리는 상대평가하지 않아요. 절대평가로 더욱 공정하게!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대우해 줘요!"를 외친다. 그리고 자신들의 설정 값에 맞춘 고과자들에게 칭찬 한 번 날려준다. ‘절대평가는 고과자의 성숙도가 가장 중요한데, 평가 결과를 보니 성숙하고 공정한 평가를 하시는 분들’이라며 추켜 세워준다. 뒤에서 다 조작하도록 압박해 놓고 말이다.

 


HR은 고과 기준을 교육하며 가이드를 제시한다.



고과자는 이를 알지만 직원들에게 절대 말할 수 없다. 인사는 제도로 말하는 것이고, 평가는 고과자가 준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니 월급을 안 올려준 건 HR이 아니라 고과자다. 이미 이렇게 프레임 설계가 되어 있다. 어느 고과자가 십자가를 지려 할까? 그렇게 HR과 고과자는 점점 한패가 되어 간다.


성과급제 비틀기 스킬

매년 호봉에 따라 급여를 올려주던 연공서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평등주의의 빈틈을 갈라치는 회사. 성과만 내면 다 퍼 주겠다고 성과연봉제, 성과급제를 시행한다.

 

그러나 회사가 누구인가? 실체 없는 이 게임의 설계자다. 여기에는 당연히 함정이 있다. 연봉 인상률 자체를 낮게 설정한다. 성과를 잘 냈다고 매년 10% 이상씩 팍팍 오르는 사람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실상에 대한 노비들의 불만을 상쇄시켜야 한다. 그래서 보너스의 개념을 박아 넣는 것이다.

 

이따금 뉴스 기사로 접하는 성과급 잔치. 그것은 일부에 해당되는 말이다. 웃긴 건 이 성과급은 엄연히 회사의 제도지만 근로계약에는 쏙 빠져있다는 것이다. 즉 계약 연봉이 아니다. 다시 말해 안 줘도 된다는 소리다. 상황 봐가면서 줬다 안 줬다를 반복한다. 잡힐 듯 말 듯 딸랑이는 개뼈다귀를 쳐다보며 군침 흘리도록 길들여가는 것이다.

 

성과급이 엄연히 내세울 강점이고 제도라면, 성과급 지급 조건을 근로계약서에 자세히 쓰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명시하지 않는다. 이유는 쉽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내뺄 수가 없으니까.. 계약서에 명시하더라도 '회사가 정한 바에 의거해 별도의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 정도다. 있으나 마나 한 소리다.

 

여기서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럼 성과급을 계속 주던 회사는 뭐냐? 애초에 급여 설계에서 이 정도 성과급이 나가겠지.. 이미 계산에 들어가 있던 것이다. 회사가 실적을 잘 냈더라도 아마 성과급은 그때그때 달랐을 것이다. 왜냐면 회사의 마음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잘 생각해 보라. 그때마다 회사는 다 무슨 이유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우수 성과 보상제 같은 건 꼭 성대하게 홍보를 한다.



이 성과급도 주다 말다 반복하니 희망고문을 할 만한 거리를 또 만들어낸다. 성과급제 비틀기다. 직무 발명제, 상시 보상제 이런 것들이다. 일하다 언제라도 우수한 성과를 내면 '최대 1,000만 원 보상' 이런 식으로 금융권 스킬을 응용한다.

 

'착한 초맹 적금 이자 최대 10%', '초맹 상해보험 최대 1억 보상'. 최대로 받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마찬가지다. 상시 보상제는 말 그대로 홍보용이다. 성과를 인정받기도 어렵다. 인정된다 해도 50만 원, 100만 원에 그친다. 그리고 그마저도 다른 누군가 자기 실적으로 둔갑시켜 가로채 가기도 한다.

 

최대를 받는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진짜라고 보여줘야 하니까. 이건 게임 당첨 확률 보상 아이템 같은 것이다. 로또 당첨이랑 같다고 보면 된다.

 

뒤에서 조용히 주면 혼자 먹고 ‘아이 맛있어!’ 입 꾹 닫을 텐데.. 저런 건 꼭 사내 공지를 하고 시상식을 하며 풍악을 울려댄다. 애초에 홍보 목적이었다는 반증이다. 만약 운 좋게 받더라도 팀 회식비로 나간다. 주변에 침 흘리는 승냥이들 때문에 돌아가며 밥 사주면 남지도 않는다. 결국 회사에서 다 쓰고 죽어야 한다. 즉 '절대! 못. 가. 져. 간. 다!'에 가깝다.


초맹의 급여 설계 허와 실 공식

1. 회사의 급여 제도 홍보 = 기본 연봉(계약) + 평가 인상(계약) + 베이스업(별도) + 성과급(별도) + 보상제(별도) → 회사는 돈 많이 줘!


2. 실제 급여 제도 = 기본 연봉(계약) + 평가 인상(계약) + [{베이스업(별도) + 성과급(별도) + 보상제(별도)}/10] → 자 한번 가져가 봐!


노비 문서에 들어가지 않는 제도로 마음껏 유린한다. 기본 급여 인상을 낮게 잡고도 얼마든지 많이 주는 것처럼 포장한다. HR이 돈에 눈이 멀고 마케팅을 접목하게 되면 일어나는 일들이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by. 초맹 https://brunch.co.kr/@notepod/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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